1948년 4월, 제주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 <작별하지 않는다>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소년이 온다>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작별하지 않는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소년이 온다>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 감각은. 불에 데었던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전까지 내가 닿아보았던 어떤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작별하지 않는다>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소년이 온다>
대상도서 1권 포함, eBook 2만원 이상 구입 시 (택1, 각 마일리지 차감)
대상도서 모두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