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 죽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있을까? 비단 인간뿐이 아닌 모든 생명에 해당하는 말이다. 오로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눈을 뜨고, 인간의 선택에 의해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수많은 생명. 십여 년 전 전국을 들썩이게 한 구제역 대량 살처분,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전염병이 도는 현장에선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자행되고 또다시 까맣게 묻히고 있다. 재난과 불행이 지속되어 온 사회에서 더 오래도록 살아가야 할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김선정 작가는 이와 같은 “죽음의 행진”을 멈추고, 이전보다 나은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자 오래도록 묻혀 있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었다. 미처 바꾸지 못한 과거일지라도 일말의 책임감을 지닌 자들이 지금이라도 함께 손을 잡는다면, 분명 사회는 바뀔 것이다. 그것이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우리가 지닐 수 있는 인간 된 도리일 터다.
『물 없는 수영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생명들의 아픔을 물 없는 수영장이라는 기괴한 공간과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웹소설 장치를 통해 박진감 있게 밝혀내는 작품으로, 인간중심주의 사회에서 비인간 동물의 존엄성을 되짚어 보고 참된 인간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이제껏 우리가 책임을 묻지 않았던 이야기, 저 깊숙이 묻어 두었던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오늘날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예리하게 포착해 낸다.
2011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동화 『최기봉을 찾아라!』 『다이너마이트(공저)』 『방학 탐구 생활』 『우리 반 채무 관계』 『세상에 없는 가게』, 그림책 『전학 가는 날』, 청소년소설 『멧돼지가 살던 별』, 에세이 『너와 나의 점심시간』이 있습니다.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제8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