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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해당 언어의 어휘와 문법보다 궁금해지는 것들이 있다. 나는 재능이 없어 이렇게 힘든 걸까, 어디까지 배워야 만족하게 될까, 지금 공부하는 방법이 정말 효과적인 걸까. 공부가 생각처럼 순조롭지 않거나 외국어 공부의 벽이 예상보다 높아 자꾸 생각이 주변으로 흩어지는 거라 반성하며, 다시 시선을 어휘와 문법으로 돌려세우려 노력하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언어 공부의 주변이 아니라 언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함께 풀어가야 할 자연스러운 과제가 아닐까.
16개 언어를 구사하며 통역가로 활동한 롬브 커토는 언어를 배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전제하며 스스로 언어를 배우면서 익힌 여러 유용한 원칙들을 전한다. 이 원칙들은 언어 학습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언어를 통해 바뀌는 자신과 언어를 거쳐 새롭게 보게 되는 세계를 포괄한다. 그는 "언어를 아는 일은 교양인이 되는 과정의 일부"라 정의하는데, 여든여섯 살까지 히브리어를 공부하다가 아흔넷에 세상을 떠난 그의 언어 이력을 보면, 16개 언어 구사라는 수식이 오히려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외국어 공부가 전하는 부담을, 나를 바꾸고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언어 공부와 인생 모두가 즐거워지지 않을까. 이 책이 그 확실한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