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단순한 생각이야말로 (비록 불충분하더라도) 지금 학계의 주류적 생각보다 훨씬 탁월하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가 그의 가르침은 악마적이며 따라서 마키아벨리를 악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해도, 우리는 더 심층적인 신학적 진실을, 즉 악마란 다름 아닌 타락천사임을 기억해야 한다. 마키아벨리 사상의 악마적인 성격을 인식하는 것은 곧 매우 고귀한 질서의 도착된 고귀함을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단순한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게 부담 없는 의견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런 의견을 취하지 않을 때는 마키아벨리의 진정 뛰어난 점인 생각의 단호함, 비전의 웅대함, 언어의 미묘함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의견을 단순히 경멸하는 것도, 그것을 무시하는 것도 부당하다. 단지 그것을 충분히 발전시켜 마키아벨리 사상의 핵심에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