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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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2005년까지 쓴 시들이다. 스물에서 서른까지 꼬박 10년의 시들이다. 지우지 못해 기억하던 시들이고 버리지 못해 간직하던 시들이다. 첫 시집으로 묶고서는 그만 너무 나만 같아서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던 시들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더니 절판으로 몇 년 세상에서 사라져주기도 하던 시들이다.
2
2005년 첫 시집을 준비할 때 애초에 4부로 풀어 기획했던 것을 막판에 3부로 조이면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시들이 좀 있었다. 내가 나로 온전히 읽히고 싶다는 긍정의 의지와 내가 나로 들킬까 잡아뗄 부정의 요량이 크게 부딪쳤던 기억이 난다. 시의 집을 새로 짓는 이참에 네 자리가 여기였지 기억을 되살려 예 앉혀보았다. 그렇게 내 처음의 첫 시집. 누가 볼세라 (누구 봐줄 사람도 없었지만) 출력하여 누런 서류봉투에 죄다 넣어서는 어딜 가든 들고 다녔던 한 묶음의 시들, 시절들. 흘림 없이 빠짐없이 여기에 둔다. 이 밖에 나는 더는 없을 것이다.
2021년 3월
시는 내가 못 쓸 때 시 같았다.
시는 내가 안 쓸 때 비로소 시 같았다.
그랬다.
그랬는데,
시도 없이
시집 탐이 너무 났다.
탐은 벽(癖)인데
그 벽이 이 벽(壁)이 아니더라도
문(文)은 문(門)이라서
한 번은 더 열어보고 싶었다.
세번째이고
서른세 편의 시.
삼은 삼삼하니까.
2016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