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린 편지가 있었다.
여태 받지 못한 답신보다 그대가 그리울 때
나는 언제나 고혹한 숲의 나무뿌리를 생각한다.
기다리는 일은 옮겨갈 수 없도록 뿌리내리는, 지금 여기의 일
그대에게도 나는 오래 기다린 편지
언젠가 서로에게 깃들 우주수宇宙樹 한 그루
모성의 정의에 대해 어찌할 수 없을 때
곁을 지키는 지극함이라고 조심조심 적던 밤, 긴긴 밤
내게 늘 말의 곳간이 되어 준 어머니께,
나의 숱한 아왜나무에게, 지난 날들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담아 여기 드린다.
―2012년 겨울, 이주를 앞둔 집필실 다담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