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으로 보아오던 것도 일단 이것을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많은 철학이 필요하다.
-루소
이 책은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귀여운 애들에게 그러듯이 많은 이름을 부쳐왔다. 1909-10년에 컬럼비아 대학에서 행한 연속 강의의 원고 형태로 이 책을 내놓았을 때, 나는 이 책을 <영문법 서설>Introduction to English Grammar이라고 불렀다. 한편 <근대영문법>(1914)Modern English Grammar 제2권의 서문에서는 성급하게도 이 책을 “출간 예정인 <문법의 기초>The Basis of Grammar에 관한 책”이라고 했다. <언어>(1922) Language에서 다시 나는 “아마 <문법의 논리>The Logic of Grammar라는 이름으로 출간될 책”이라는 말을 했고, 이제 마지막으로 나는 너무 야심적일지도 모를 <문법의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으려고 한다.
이 책은 문법의 일반적 원리에 대한 내 견해를 종합적으로 제시하려는 시도인데, 그 견해들은 내가 오랫동안 여러 언어를 공부한 끝에, 그리고 영문법에 대한 방대한 책(<근대영문법>(1914)Modern English Grammar)을 준비하는 동안에 얻은 것인데, 이 책은 지금 두 권만이 출판되었을 뿐이다.
현대 문법이론의 많은 결점은, 문법 연구가 주로 활자화된 글자에 의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고대 언어와 관련해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인데, 나는 언어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연구의 기초를 우선 살아있는 언어에 대한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인쇄된 문헌에 대한 연구는 그 다음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현대 문법학자들은 새로운 사물에 대해 열성적novarum rerum studiosus이어야 한다.
내 관심은 주로 언어연구에 관한 것이지만, 나는 여기저기서 논리학의 영역도 넘나들었으며, 이 책에 들어있는 어떤 부분들은 논리학자들에게도 흥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고유명사의 정의(제4장)라든가, 실사substantive와 형용사adjective의 관계에 관한 논의(제5장과 제7장), '추상어' abstracts를 넥서스 어nexus-words라고 정의한 점(제10장), 주어와 술부의 관계(제11장), 그리고 부정에 관한 장에서의 3분법(제24장) 따위가 그렇다.
이 책을 준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각 장을 배열하는 문제인데, 각 장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당혹스럽게 서로 얽히고설켜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나는 뒤에서 다루게 될 부분에 대한 언급은 피하려 애썼으나, 여러 가지 주제를 제시하는 순서가 여기저기서 자의적으로 비칠 염려는 남아있다. 또한 어떤 문법현상에 대한 예를 인용하는 경우 해당 문장의 정확한 출처를 일관성 없이 때에 따라 명시하기도, 명시하지 않기도 한 점에 대한 독자들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근대영문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인용한 모든 문장에 대해 출처를 밝혔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많은 현상들은 해당 언어로 쓰인 거의 대부분의 책에서 쉽사리 그 예를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 오토 예스퍼슨
코펜하겐 대학
1924년 1월
이 책이 처음 발간된(1924년) 이래 이 책에 포함된 몇몇 생각들을 나의 <근대영문법>의 3, 4권에서, 그리고 <영문법의 정수>Essentials of English Grammar에서 실천하고 발전시켰으므로 독자들은 그쪽도 참조해주기 바란다.
- O. J.루네헤웨,
헬싱외르 (엘시노어)
1934년 11월 -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