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일본 사회에서는 무엇이든 알기 쉽게 한마디로 정돈하는 게 중시되고 있다. 복잡한 역사적 사정도 자기애를 표현할 뿐인 조잡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며,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견해를 말하면 ‘반일反日’이나 ‘좌익’이라는 레테르가 붙고 공격받게 된다. 본래 다양한 세부들이 뒤얽힌 가운데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사람들의 경험의 존재방식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정신세계는 계속 공허해지고 있다. 정치적 판단도 논증을 제거한 채 좋은가 싫은가라는 이분법으로 간단히 정리되고 있다. 미디어나 출판계에서도 정중한 논의를 피하고 단순화할 것이 요청된다. 그런 언론 상황 속에서 나와 같은 이는 완벽히 시대에 뒤쳐진, 화석화된 표현에 계속 집착하는 사람에 가까워져버렸다.
나는 복잡해 보이는 사소한 사실들의 연결 속에 역사나 현실을 심층에서 움직이는 힘이 잠재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사상연쇄’라는 시점을 중시해왔다. 예컨대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에서 일본국 헌법 9조로 이어지는 사상수맥을 ‘발견’했을 때 몸이 떨려오는 체험을 했던 일도 그런 태도와 시점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