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하나 건드리지 않고 세상을 건너갈 수는 없을까. 요즈음은 이것이 내 작은 꿈의 하나이지만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얼마나 큰 욕심인가. 구름은 이런 생각 없이도 밟으면 산이 깨끗해지고 풀과 나무와 사람이 맑아진다.
그 길의 비결은 무엇일까.
나를 지우고 지워서 닿은 세계. 마침내 형체가 다 지워지고 적막한 저녁 하늘 끝에 안타깝게 떠오른 한 줄기 능선. 울음 같은 그 노래. 여기 시편들은 그 길을 찾아가는 이 땅의 누더기 옷이다.
입고 갈 수 있는 누더기 한 벌. 이 얼마나 고마운 세상인가. 달빛 속을 걸을수록 누더기는 눈부시다. 이제는 달빛 길로만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