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가락 열, 손가락 열,
어머니와 아버지가 부둥켜안았던 시간이다.
그 시간을 너무나 함부로 쓰고 있다.
시간을 아껴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처음으로 돈 걱정 하지 않고 시집을 낸다.
정직한 시를 쓰지 않은 벌이라 생각한다.
내 詩의 死體를 보며 흉하다고 욕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그 미안함을 갚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詩를 쓰며 살아야겠다.
내 몸에서 채굴된 시가 시집이 여섯 권이고, 시조집 이 네 권이다. 무엇을 더 채굴해야 바닥이 보일지 모 르겠지만, 살면서 삶을 채굴하는 마음이 시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에 동생이 죽었다. 이제 내 마음 한가운데 저승에 가신 부모님과 큰형 님 그리고 동생까지 들어와 산다. 쓸쓸할 때, 외로울 때, 산길을 걸으며 저 나무가 내 부모님이고, 저 나무가 내 큰형님이고, 저 나무가 내 동생이라는 생각을 하며 걷는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걷다 보니 내 나이가 예순 살이 되었다. 얼마나 더 걸을지 모르지만, 잘 듣고, 잘 생각하고, 잘 이해하며 살겠다. 내 몸, 그 일획一劃의 글을 잘 받아쓰겠다.
2020년 늦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