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갈봄 여름 없이 나의 휴경지에 들꽃들을 옮겨다 심었다. 노루귀, 너도바람, 미나리아제비, 제비꽃, 석부작의 이끼까지 숲을 통째로 옮겨 놓았다. 저들은 한 평도 안 되는 영토에서도 세상 온갖 이야기들을 다 전하려 한다. 그래서일까, 저들과의 만남에서 사람보다 더 큰 위안을 받는다.
등단 7년째, 어쩌면 내 아팠던 터널의 길이와 일치하는 세월이다. 그 터널의 출구 쪽에 들찔레처럼 희디흰 시의 다발을 내려놓는다. 가벼우면 어떻고 서러우면 어떠랴,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며 그동안 고생해온 내 창백한 손등을 어루만져 본다.
수목원 숲 쪽에서 뻐꾸기가 운다.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에게 이 시집을 펼칠 수 있는 것도 어쩜 저 들꽃들의 도움이었을 거다. 그래, 비로소 저들을 돌려보낼 때가 된 것 같다, 눈부셔서 더 슬픈 오월의 들판으로…… 잘가라 꽃들이여, 아픈 세월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