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어느 날 선생님이 말씀하셨지요.
“지금부터 수학 시험을 볼 거예요. 못한 친구는 나머지 공부를 할 거니까 열심히 하세요.”
길쭉한 코에 까만 안경을 걸치고 이마에는 누운 삼 자를 닮은, 아니 꼭 구불거리는 지렁이처럼 생긴 주름살에 힘을 주며 선생님이 다시 한 번 강조했어요.“못한 친구는 나머지 공부를 할 거예요!”
맙소사! 큰일났다! 갑자기 숫자가 마구 날아다니고 머리는 놀이기구처럼 빙글빙글 돌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청소가 끝난 교실에 남아 나머지 공부를 했지요.
시원한 바람이 엉덩이를 간질여도, 운동장이 놀자고 꼬드겨도 꼼짝없이 한 시간이나 나머지 공부를 해야 했다고요. 세상에 그렇게 재미없고 시시하고 지루하고 따분한 건 또 없을 거예요.
하지만요. 만약에, 만약에요. 그 때 웅이가 용감하게 신화 속 괴물들이랑 겨룬 모험담을 들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어요. 웅이는 신화 속에 나오는 괴물들을 수학 규칙으로 멋지게 이겨버렸잖아요.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정말로 운이 좋은 거예요. 이제 따분하고 지루하게 공부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웅이랑 같이 재미나고 신나는 모험을 한바탕 하고 나면 틀림없이 이렇게 말하게 될걸요?
“어렵고 재미없는 수학이라고? 그런 건 괴물한테나 줘 버려!”
그럼 이제부터 웅이와 함께 흥미진진한 모험을 떠나 볼까요?
그러니까 오늘 내 계획은요……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늘을 봐요. 해가 뜨면 그림자를 쫓아 뛰어갈 거예요. 비가 오면 웅덩이를 첨벙, 밟을 거고요. 눈이 오면 손으로 냉큼 잡아서 맛을 볼 때도 있어요. 사실 하늘은 별로 상관없어요. 내 계획은 그냥 노는 거예요. 신나게. 재미나게.
팔랑 팔랑, 책장이 넘어가요.
아~함, 자꾸만 하품이 나와요. 책장이 넘어갈수록 나는 더 졸려요.
고구려, 백제, 신라, 세종대왕, 장보고…….
꾸벅. 또 고개가 떨어져요. 텔레비전 드라마로 볼 때는 재미있는데, 왜 자꾸 잠이 오는지 모르겠어요. 교과서랑 문제집이 자꾸만 손짓해요. 같이 잠자자고. 외우고 외우고 아무리 중얼거려도 설익은 밥알처럼 입에서만 맴돌아요.
바로 그 때였어요.
앗, 뭐지?
무언가가 꼬물꼬물 굼실굼실 나한테 다가와요. 커다란 굼벵이 같기도 하고 애벌레 같기도 한 것이 헤벌쭉 웃으며. 꼬물거리고 굼실거리는 것이 다가와서 말을 걸어요.
“나는 도서관벌레야. 같이 놀자.”
도서관벌레? 나는 머리를 갸웃하고 도서관벌레를 따라나섰어요. 조금 겁이 나긴 했지만, 재미없고 지루한 공부보다 더 나쁠 게 뭐가 있겠어요?
도서관벌레는 꼬물거리며 천천히 도서관으로 들어갔어요. 나도 따라 들어갔지요.
우와~, 세상에나! 온통 책이에요. 진짜 많아요. 나는 겅중거리며 책 사이를 누볐어요. 그러다가 입이 떡 벌어졌지요. 침도 줄줄 흘렸을지 몰라요. 혼자 키득거리며 웃다가 나도 모르게 배꼽을 문지르기도 했어요. 웃다가 배꼽 빠진다는 말, 들어 봤지요? 정말 그런 줄 알았다니까요.
책은 정말 재미있고 신기해요. 만날 달달달 외우기만 하던 것들을 이야기로 보니까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오지 뭐예요? 잠이 쏟아지기는커녕 눈이 자꾸만 또렷해져요. 오줌 누는 시간도 아까워서 다리가 배배 꼬일 때까지 참았다니까요.
아, 그런데 도서관벌레가 어디 갔지?
에라, 모르겠다. 도서관벌레도 어딘가에서 책을 보고 있겠지요. 바로 나처럼요.
오해하지 않는 방법은 생각보다 아주 쉽습니다.
다른 마음 없이, 나쁜 마음 없이 진심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되지요.
스스로 마음에 쳐 놓은 벽을 치우면 전혀 다른 모습들이 보인답니다.
여기, 꼬꼬지별에 나타난 ‘악당 우주 돼지’를 만나 볼까요?
마음의 벽을 치우고, 편견 없이 우주 돼지를 만나 보아요.
어쩌면 가장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