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들이 묶이면 넘겨지는 행위가 생기고, 이는 행위자와 그 묶음 간의 능동적 관계가 맺어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종이를 넘기는 행위에 종이를 한 장씩 꿰고 엮는 행위가 더해지면 어떨까 상상했고, 종이가 주는 커다란 면과 선으로 된 줄의 만남을 기획했습니다. 기획 과정에서 시도했던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종이의 면과 줄의 선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다 우리의 줄타기에 닿았습니다.
그림책의 처음과 끝을 뚫은 구멍 사이로 실을 넣은 덕분에 공간이 더해졌지만, 제작 상의 이유로 구멍의 위치가 동일하게 된 규정이 함께 따라왔습니다. 매 페이지마다 똑같은 자리에 위치한 구멍이 있음에도 장면마다의 묘미와 리듬감 차이를 둘 수 있을지, 또 청각이 주는 리듬을 어떤 시각언어로 표현해야 독자에게 닿을 수 있을지가 제일 고민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미지 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기반으로 최대한 간결하게, 하지만 디테일을 살려 누구나 알지만 잘 아는 사람은 드문 우리의 줄타기를 익숙한 듯 낯선 조형성에 담아 보고자 했습니다. 우리 전통의 색인 오방색과 오간색을 기본으로 해 줄광대, 어릿광대, 삼현육각 또 그들이 내는 소리의 색상이 서로 겹쳐 이어지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줄광대 재주와 재담의 리듬, 어릿광대 재담의 리듬 그리고 삼현육각 연주의 리듬이 서로 만나 하나의 리듬으로 보여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