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옮긴이의 말 ★
새로운 웹서비스가 오픈할 때마다 최종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프로토타입과 디자인 시안이 제작됐을지 생각해 봅니다. 공식적인 기획서와 디자인 문서는 둘째치고 얼마나 많은 이메일이 오고 갔을지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완성된 사이트를 사용자에게 공개하기까지 전반적인 기능과 레이아웃은 물론 작은 버튼의 위치 하나까지 결정하는 데는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는 실무자들의 노력일 것입니다.
최근에는 사용자 경험(UX)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UX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 특정한 순간의 디자인은 매우 중요합니다. 짧은 순간들이 서비스 전체의 경험을 결정지을 뿐 아니라, 작은 순간이 모여 좋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로그인을 하는 순간, 뉴스 기사를 읽는 순간, 상품을 결제하는 순간 등 그 순간의 디자인에 따라 사용자는 쉽게 사이트를 떠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려면 사용자와 사이트가 만나는 결정적 순간의 디자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실제 참여했던 프로젝트 사례를 바탕으로 향상된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패했던 프로토타입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완성된 디자인 시안의 문제점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디자인을 마무리하기까지 반복된 수정과 결정의 순간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블로그(www.rhjr.net)를 보면 이 책에 쓰여진 내용 이외에도 얼마나 더 많은 디자인과정이 반복됐을 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김동현님이 책 리뷰와 함께 블로그(i-dreaming.com/2511539)에 올린 발바닥이 새까매진 사진은 저자의 경험담으로 채워진 이 책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삶과 일, 디자인 모두에 열정을 가지고 순간의 경험을 설계하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읽는 이들 모두에게 새로운 자극과 동기를 불어넣을 것입니다.
사용자 경험의 새로운 시대가 곧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오래 전 우리 나라에 있을 때 작업했던 UX 프로젝트를 미국의 동료들과 공유했을 때 누군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같은 프로젝트를 해외의 다른 나라에서 진행했더라면 많이 달랐을 것 같아?"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누군가 선수를 쳤다. "컴퓨터, 특히 인터넷은 전 세계에 걸쳐 한 문화권인데, 뭐"라고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 발끈하고 성을 낼 친구의 모습이 그려진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UX 방법론을 연구 주제로 삼고 엄청난 노력을 투자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UX란 그때 그때 국가에 따라, 프로젝트에 따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게임 규칙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식에만 의존해서 누구나 행할 수 있는 주먹구구 식의 계산법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딘가 UX 전문가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는 기본 법칙이 있지 않을까? UX의 기본을 다루는 교과서 같은 책이 있지 않을까?
국내 UX의 열기가 뜨겁다. UX란 말이 유행처럼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같은 업계의 사람에게도 UX를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난처해하던 상황은 줄어들어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하지만 이제는 저마다 UX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의 내리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UX라는 말의 뜻이 더 모호해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된다. 최근 미투데이나 트위터에 올라오는 UX 관련 글을 보면 절반은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질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곤 한다. 제품의 컨셉 혹은 전략, 기능, 디자인, 인터페이스 등 좀 더 구체적이고 적절한 단어로 상황을 묘사할 수 있는 때에 '서비스의 UX'라는 말로 뭉뚱그려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래픽 디자인이 예쁘다거나 깔끔한 폰트를 두고 UX가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UX에 대한 관심이 전에 없이 높다. 스스로 UX를 한다고 자부한다면 이제 UX가 뭔지 제대로 알아야 할 때가 아닐까?
『퍼소나로 완성하는 인터랙션 디자인 About Face 3』는 UX 분야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아니, 실제로 미국에서는 여러 학교에서 교과서로 활용되고 있다. UX와 인터랙션 디자인의 기본 원칙을 꼼꼼하게 설명한다. 사용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프로젝트 라이프사이클을 생동감있게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인 앨런 쿠퍼는 '퍼소나 방법론'을 처음 체계적으로 정리한 창시자다. 앨런 쿠퍼는 프로젝트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프로그래머, 컴퓨터로 시안부터 만들고 보는 디자이너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사용자 리서치와 사용성 테스트의 차이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정석'과도 같은 UX 방법론을 누구나 회사 전체의 프로세스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 UX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집단의 장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스스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도 다수 담고 있다. 본인의 프로세스부터 하나하나 좀 더 체계적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개발이나 비즈니스를 전혀 모르는 순진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만 쓰여진 UX 서적은 많다. 이 책의 저자인 앨런 쿠퍼는 비주얼 베이직의 아버지로 불리는 동시에 유명한 UX 컨설팅 회사인 쿠퍼를 운영하고 있다. 경험과 지식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 UX 전문가 모두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