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추적하다 보니 그의 부친은 식민지 시절 사회주의 운동의 최전선에서 맹활약한 인물이었고, 윤석중 또한 일반의 통념처럼 단순한 동심주의를 구가한 시인은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해방기까지만 해도 그는 단순한 우파가 아니라 좌우에 모두 선을 대고 활발한 문단 활동을 펼쳤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그가 ‘서울내기’로서 자신만의 장기와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시인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그가 표방한 명랑성, 공상성, 유년지향, 도시적 감각은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우리 아동문학이 아직도 심도 있게 탐구하지 못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윤석중에 대한 긍정이든 부정이든 그의 작품에 대한 기왕의 논의들이 대개는 동심주의라는 단일한 프레임에 갇혀 있었음을 상기해 볼 때, 그의 문학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쪼록 내 연구가 윤석중을 새롭게 보려는 관점에 작은 초석이라도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