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애를 써도 떠날 것은 떠난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놓쳐 버린 숱한 시간, 사람, 기회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떤 것은 기어이 돌아온다.
어디를 다녀왔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끝이구나 싶을 때 반짝, 눈을 뜬다.
오늘, 죽은 줄 알았던 화분에서 연둣빛 싹을 보았다. 버려질 뻔했던 화분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나는 오래된 수첩 속 낡은 메모를 뒤적이다가 몇 편의 시를 썼다.
너무나 오랜만에 펴내는 세 번째 시집을 그리운 아빠께 바친다.
유달리 아름다웠던 8년 전 봄, 내 생일날 돌아가신 아빠,
그때는 슬펐지만, 이제는 아빠와 생일을 함께하게 되어 기뻐요.
오래오래 시 쓰며 행복할게요.
2023년 9월
해바라기의 계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