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짧은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여기에 실린 글들 중 일부는 올여름 창비 온라인 플랫폼 ‘스위치’에 연재한 것이지만 나머지는 내가 작가가 되고 언덕 위의 집과 인연을 맺은 이후 몇년간 틈틈이 썼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긴 시간 동안 썼던 원고들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세월이 흘러 변한 것들이 내게는 보인다.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예전에 썼던 글들을 매만지는 동안 내가 상실했다고만 생각했던 존재들이 가만히 내 곁에 다가와 함께 있어주었는데, 시간이 많은 것들을 사라지게 하더라도 내게는 글이 있어 잃었던 것과 몇번이고 다시 함께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산문집에 실을 마지막 원고를 송고하고 잠시 떠났다가 글을 다시 쓰기 위해 며칠 만에 언덕 위의 집에 돌아왔을 때 내가 목격한 것은 힘들게 심고 길렀던 식물들이 내가 돌보지 못한 사이 시들고 죽어 있는 풍경이었다. 한동안 떠났다 돌아올 때마다 반복해서 보게 되는 풍경인데, 매번 그 자리에는 내가 심지 않은 풀과 꽃이 만발해 있다.
예전의 나라면, 죽어버린 것들에 집중했을 것이다. 애써 노력해봤자, 소중한 것은 우리가 돌보길 그치는 순간 얼마나 쉽게 상해버리고 망가지고 마는지. 없애야 할 것들은 반면 얼마나 끈질기고 집요한 생명력을 지녔는지. 마치 비관적인 생각이나 낙담으로 기우는 마음, 미움과 오해, 깊은 곳에 숨겨둔 열등감처럼. 하지만 이제 나는 살아 있는 것들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내 제한된 돌봄의 능력 바깥에서 태어나 세상의 빛을 본 것들. 내가 멈춘 그 순간에 뜻밖의 선물처럼 주어진 생명들. ‘내’가 전부이지 않은 세상이 좋다. 내가 심지 않은 것들이 피어날 땅을 남겨두며 살고 싶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이 산문집에 실린 글을 쓰고 정리했다. 나의 작고 환한 방에서 시작해 멀리, 조금 더 멀리로 나아가는 이야기들을.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 소설이 아닌 형식의 글을 묶을 때면 늘 주저하는 마음이 되지만 이글들이 누군가 필요한 이들에게 잘 가닿기를 바란다.
(…)
끝으로 내 마음속 움직이지 않는 별이 된 봉봉에게 무한한 애정이 담긴 감사의 입맞춤을 보낸다. 이 책에 실린 내 글에 조금이라도 사랑이 깃들어 있다면 그건 온통 봉봉이 가르쳐준 것이다.
가을 초입에 언덕 위의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