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낼 곳을 정하고도 긴 시간을 보냈다. 준비하는 시간 을 즐겼다고 해야 할까. 앞 시집을 낸 해 낳은 아이가 겨울 오면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에 이르렀다. 시인이 아닌 시 간을 즐겼다고 해야 할까.
병고로 노년을 보내고 계신 두 분 육친과, 자라는 두 아들 함께 몇 해 전부터 한집에 산다. 나를 길러주신 이들과 내 가 기르는 이들 사이, 내 자리를 새겨보고 지난 자리를 돌아보는 일이 잦다.
여기, 이 뜨거워지는 별 위에서 욕심에 휘둘리며 살아가 다가 우리 모두 헤어지리라. 그러나 언젠가 저기, 지금은 알 지 못할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을 믿는다. 내려놓고 보니 걱정 한 보따리다. 사람들 사이로 돌아가 지 않고 더 먼 데로 가 혼자 머물고자 한다.
2017년 초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