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 부산경남 대표방송 KNN PD,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 <뉴스1> 부산경남 대표로 30년이 넘는 세월을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작품상, 한국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우수상, 뉴욕 페스티벌 사회이슈 부문 금상, 뉴욕 페스티벌 인권 부문 동상 등을 다수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상위 1프로 워킹맘》 등이 있다.
오늘도 나는 밥을 산다. 어제도 밥을 샀다. 이러다가 다음 달 카드값은 밥값 그래프가 하늘을 찌를 기세다. 그래도 기분 좋다. 큰아이가 두 살 어린 나이로 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에 입학했을 때도 아이 잘 키운 워킹맘으로 많은 축하를 받았다. 온전히 육아에 집중한 사람들에게 나는 분에 넘치는 복을 받은 엄마였다. 올해 둘째아이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면서 이젠 꼭 밥을 사야 한다고 성화다. 성화에 담긴 진짜 의미를 나는 안다. 미친 듯이 일에 매달리며 일을 지켜온 워킹맘의 눈물을 너무 잘 알기에, 그래서 더 축하해 주고 싶은 그 마음을 잘 알기에 흔쾌히 지갑을 연다. 덕분에 나는 “아이 잘 키운 워킹맘”이라는 과분한 타이틀을 얻었다.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국내나 해외에서 큰 상을 받았을 때,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개인적인 성취의 순간마다 스쳐가는 죄의식을 마음에 담아야 했다. 상을 받고 있는 내 눈앞에는 혼자 공부하고, 혼자 학원에 가고, 혼자 간식을 먹어야 했을 아이들의 외로움이 눈에 밟혔다. 아빠가 아무리 마음을 써도 아이들에게 엄마는 또 다른 빛의 안식의 나무다. 돌아보면 인생 각자에게 주어진 몫이 있다. 살림에 재주가 없는 나는 육아에도 재주가 없었다. 묵묵히 내 길을 열심히 가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날이 오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미친 듯이 견뎌왔다. 힘든 한숨을 내뱉고 있을 무수한 워킹맘들의 얼굴이 눈앞을 스쳐 간다. 전업맘이나 워킹맘이나 아이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한 번씩 서점에 들를 때마다 잘 팔리는 자녀교육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음을 보게 된다. 그만큼 엄마들의 갈증이 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읽어도 읽어도 갈증이 풀리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일까. 사람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그것이 오롯이 내 삶이 되지는 못한다. 그래도 다른 사람의 육아를 많이 눈여겨보는 것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 그들의 방식을 내 환경 속에 밀어 넣어 내 방식대로 응용해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워킹맘들을 위한 책이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일’을 버리지 못하고 달려야 하는 엄마들에게 육아는 더더욱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다. 그 딜레마 속에서 실타래의 고리를 풀어줄 다양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그 해법을 경험으로 나누기 위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은 자녀교육서가 아니며 육아서가 아니다. 이 책은 온전히 워킹맘, 우리들의 이야기다. 글자 사이사이, 행간 사이사이 육아와 함께 일을 지켜온 엄마들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참고 견디며 아이를 키우고 자신의 인생을 지켜 온 용감한 엄마들.
필자 외에 9명의 전문가 엄마들이 말하는 독특한 육아기를 책 사이사이에 인터뷰로 담아 더 많은 경험들을 풍성하게 엮었다. 문화기획자, 영화배우, 생물학도, 패션디자이너, 의사, 연주자 등등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이들을 키운 엄마들을 만났다. 순간순간의 위기를 지혜롭게 대처한 워킹맘들의 해법은 배울 것이 많았다. 나에게는 없는 지혜가 그들에게는 있었다. 그 알짜배기 팁들은 때론 감동이다.
1부는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여러 시선을 모았다. 워킹맘에 대한 선입견, 워킹맘에 대한 태도, 워킹맘 스스로의 인식, 아이를 대하는 엄마이기 전에 워킹맘으로서의 일에 대한 자세, 또한 워킹맘 이전에 엄마로서의 본능. 그 생활 속에서 실천적으로 실행해 볼 만한 팁들을 가감 없이 담았다. 워킹맘에게, 특히 예비 워킹맘에게 마음의 자세를 만들어 줄 것이다.
2부는 아이를 참으로 잘 키우고 싶은 엄마들의 욕심을 워킹맘의 관점에서 묶었다. 상위 1프로의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위 1프로의 워킹맘이 되어야 한다. 필자 역시 라디오 주부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여러 전문가에게 정보를 얻어내 아이 키우기에 응용해 보았다. 신기하게도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마법처럼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아이들은 신기할 정도로 엄마의 양육 태도에 따라 달라졌다.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워킹맘들은 정보력도 약하고 전업맘들 사이에서 밀려나기 쉽다. 워킹맘이면서도 절대 뒤쳐지지 않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인 팁. 누구나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 속에 실행할 만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이 가을, 감사한 이름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방송인의 재능을 주신 부모님, 며느리의 사회생활을 꾸준히 응원해 주신 시어머님, 바쁜 아내의 그림자 내조로 일관해 준 평생 동지 사랑하는 남편. 가족은 늘 힘이었다. 일터의 선후배 동료들은 나의 오늘을 지켜주었다.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해 준 선배들, 언제나 믿고 따라주며 힘나게 해준 부하직원들, 기분 우울한 날이면 값비싼 캐러멜 마키야토 한 잔 흔쾌히 쏘아주던 동네 엄마들, 모두가 감사한 이름들이다.
끝으로 무엇보다 감사한 이름, 나를 ‘엄마’로 만들어 준 사랑하는 두 아들. 동생을 위해 눈물 닦아가며 19개월 어린 나이에 기꺼이 어린이집에 가준 항상 든든한 큰아들! 짬 나는 대로 엄마랑 영화도 봐주고 카페에도 가주는 딸 같은 작은아들!
아프고, 고맙다.
오늘 이 책을 마주할 워킹맘들이여! 현실을 즐기면 ‘내’가 남는다.
2018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