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만화를 즐겨 읽다가 명랑한 만화가가 되었다. 30년 가까운 경력으로 대한민국 명랑 순정 만화를 이끌어 온 작가이다.
1996년 만화지 ‘윙크’에 <빨강 머리 앤>으로 데뷔한 뒤, 만화지 ‘윙크’에 <사각사각>, 만화지 ‘밍크’에 <토리의 비밀일기>, <토리 고! 고!>, 만화지 ‘슈가’에 <하마가>, <오월의 개>, 논술지 '생각쟁이'에 <고민 해결사 동그라미 쌤> 등을 그렸다. 지금은 '어린이 과학동아'에 <돌아온 솔이의 과학추리반>, <솔이와 옥희의 잃어버린 몸을 찾아서> 연재를 마치고 다음 솔이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재미있고 웃기고 귀여운 걸 좋아해, 아이들에게도 웃기고 귀여운 만화를 만들어 주고 싶어 한다.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데, 이 책 속에도 등장하니 찾아보길 바란다!
'쭈뼛쭈뼛', '부끄부끄'는 가라!
여기는 솔직담백, 거침없는 사춘기 상담소!
사춘기 시절, 저는 야한 농담 따먹기로는 늘 반에서 상위권에 머물던 거침없는 아이였지만, 한편으로는 내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예민한 아이였습니다.
브래지어나 생리에 대해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엄마든, 형제든, 친구든 신경질 반, 묵비권 행사 반으로 일관했더랬죠.
다른 아이들의 몸의 변화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며 궁금해 했지만 내 얘기는 왜 그렇게 입 밖에 내는 게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했던지, 당장이라도 그때의 나를 찾아가 "그럴 필요 없어~, 너만 손해야!"라고 말해 주고 싶은 기분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이라는 존재가 없던 시절, 정보를 얻을 유일한 길인 엄마, 형제, 친구들과의 대화를 거부한 저는 내 몸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로 상당 기간을 뿌연 안개 속에서 사는 기분이었거든요.
모두들 다 아는 얘기라는 듯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나누는 성에 대한 대화 속에서 혼자 물음표를 달고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모른다는 것조차 자존심이 상해 아는 척하며 '아하하!' 웃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도대체 왜 그런 일로 예민했는지 모르겠어요.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도 다 알고 있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엄마나 언니에게 물어보기만 했어도 금세 풀렸을 궁금증들을 그렇게 오래 끌어안고 있었다니!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한들, 다르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한편으론 필요 이상으로 거침없고, 한편으론 쓸데없이 예민한, 한마디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바로 그 상태가 사춘기니까요.
인터넷으로 몇 분만 검색해 봐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요즘이지만 아직도 저 같은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화를 그리고 글을 썼습니다.
빙빙 돌려 뜬구름 잡듯 얘기하면 알아들은 척 하하하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물음표를 그려대던 사춘기 시절의 나를 위해, 가능하면 쉽고 직설적으로 얘기를 해 보았어요.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머릿속의 안개가 걷히는 기분을 느끼는 친구들이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