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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인문/사회과학

이름:권김현영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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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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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읽으면서 감상이 수시로 달라졌다. 불편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내가 여기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작가는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어떻게든 듣고자 했다. 두 명의 남성은 적당하게 타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받은 영향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아무것도 소통하지 않으면서 부정의한 의리를 우정으로 포장하는 기존 남자들의 우정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우정이 이 책에 있다. 이 모습만으로도 드물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여러모로 이상하고 예외적인, 그리고 아주 여러 가지 감정을 들게 하는 글이다. 글이라는 건 어쩌면 이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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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1일 (금)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페미니스트와 경찰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좋지 않았다. 이 책의 공저자 중 유일한 현직 경찰인 정혜심이 ‘어제의 적’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페미니스트들은 젠더폭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경찰을 규탄했고 경찰 성비의 급진적 변화를 요구했지만 경찰 조직의 변화는 요원해 보였다. 중앙행정기관 중 최대 인적 규모인 12만 명에 달하는 경찰 조직은 2018년 조사 당시만 해도 여성 경찰 화장실조차 없는 곳이 179곳에 달할 정도였고, 성별분리모집을 통해 여성 경찰의 비율을 10퍼센트 수준으로 묶어두었던 최악의 남성중심 조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경찰청은 여성가족부 시스템에 홍보물 점검을 가장 많이 요청하는 부처 중 하나가 되었고, 성평등 목표를 수립한 최초의 기관이 되었다. 그 결과 2024년 경찰대학 여성 신입생은 50명 중 16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2026년부터는 순경 채용에서 성별통합모집이 실시될 예정이다. 이런 놀라운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으면 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이야기가, ‘협업’을 통해 ‘우리’가 된 드문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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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1일 (금)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저자는 18세기 런던에서 특정한 남자들을 위해 소비되었던 불쾌한 이야기를 21세기에 놀랍도록 지적으로 자극적이고 손에서 떼지 못할 만큼 재미있는 글로 바꾸어 냈다. 계급과 젠더, 섹슈얼리티라는 개념어들은 이 책을 통과하며 구체적인 개인들의 생생하고 추악한, 그리고 지독하게 매력적인 삶으로 형상화되었다.당분간은 이것보다 더 재미있는 어떤 소설도 기억나지 않을 것 같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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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1일 (금)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완경 이후의 중노년 여성들에게 새로운 피와 뼈가 주어지면 그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쇠약해진 신체를 움직이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면 새롭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박문영 작가의 흥미로운 사고실험은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다음과 같은 생각을 멈출 수 없게 한다. 페미니즘이 유례없이 대중화되고 난 이후의 세계는 무엇이 달라질까. 이 소설을 읽고 한 가지만은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 SF 작가들의 소설적 상상력에 불이 붙는다.
5.
  • 비정상체중 - 크고 뚱뚱한 몸을 둘러싼 사람들의 헛소리 
  • 케이트 맨 (지은이), 이초희 (옮긴이) | 현암사 | 2024년 4월
  • 20,000원 → 18,000원 (10%할인), 마일리지 1,000
  • 9.0 (10) | 세일즈포인트 :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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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1일 (금)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날씬한 적이 없다. 뚱뚱해도 행복한 여자들이 많아지는 것이 페미니즘이 꿈꾸는 유토피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체중이 늘어나는 건 언제나 스트레스였다. 페미니스트인데도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가 부끄러웠고, 대중 앞에 설 일이 많아지면서 더욱 스트레스를 받았다. 화면에는 전문가라고 불리는 뚱뚱한 남자들이 잔뜩 있었던 반면, 여자들의 몸은 다 소위 평균 체중 이하로 보였다. 어딜 가나 그 자리에서 제일 뚱뚱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살폈고, 여자 중에서는 대부분 그건 나였다. 이 책을 읽고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케이트 맨도 꼭 나와 같았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전작인 『다운 걸』을 쓰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투어를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얼마나 뚱뚱한지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숨어버렸다고 한다. 나는 그런 저자의 마음을 정말 뼛속 깊이 이해했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뚱뚱한 사람을 조롱하고 무시하고 마음껏 비웃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면서도, 나 자신조차도 뚱뚱한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케이트 맨의 글은 놀라울 만큼 솔직하고, 신뢰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이 겪고 있는 문제를 없애주지는 못할지라도,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도구, 즉 해석할 수 있는 언어를 준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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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1일 (금)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페미니즘들의 지구사를 쓰기 위해서는 방대한 지식과 그것을 엮어내는 독창적인 관점, 비판과 대화의 씨줄과 날줄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글솜씨가 필요하다.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개인 연구자는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바로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해서 이뤄낸 놀라운 성취다. 페미니즘의 역사를 물결 중심으로 구분하거나 다른 사상과 접합해 분류하는 ‘하이픈(-)페미니즘’식 서술로는 페미니즘의 역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1물결, 2물결, 3물결, 4물결 등 시간순으로 이름을 붙이는 연대기적 서술은 페미니즘이 건너온 시간의 지층을 드러내는 장점이 있지만 연속성을 놓치고 구체성을 상실하며 지리적 차이를 삭제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사회주의-페미니즘, 자유주의-페미니즘, 급진주의-페미니즘, 탈식민주의-페미니즘 등 하이픈으로 이어 붙인 분류법은 페미니즘의 사상적 다양성과 폭넓은 논쟁을 드러내는 데 유용하지만 기존의 사유체계를 넘어서고자 했던 페미니즘 사상의 해방적 잠재력을 묘사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1세계에 사는 교육받은 백인 여성 중심성에 대한 비판은 유색인종 관련 서술을 추가하거나 비판 자체를 덧붙이는 수준에서만 수용되곤 했다. 이러한 역사서술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노력했던 페미니스트들 간의 상호작용과 대화가 대부분 누락된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 루시 딜랩은 발전주의적 세계관에 입각한 선형적인 역사서술 방법으로는 전 지구적인 페미니즘들을 제대로 드러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아온 페미니스트들의 대화를 드러내기 위해 모자이크 페미니즘이라는 매력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모자이크의 무늬를 만들어온 재료들이 어떻게 계속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며, 다른 방식으로 다시 짜일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남겨둔다. 이 책을 읽으면 페미니즘들이 만들어내는 모자이크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어질 것이다. 나 역시 사물과 활동과 노래에 관한 장을 읽을 때는 그동안 보고 들었던 역사가 감각기관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는 걸 알았다. 지난 약 3세기 동안 세계 각지의 페미니스트들이 만들어온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행동주의를 바라보는 상상력에도 다시금 불을 지펴준다. 쉽게 읽히면서도 깊이가 있고,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비어 있는 역사를 채우고 싶게 하는, 영감을 안겨주는 책이다. 전혀 진전되지 않는 듯한 논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7.
이 책은 남성 영웅 못지않은 여성 영웅에 대한 책이 아니다. 영웅 신화의 이야기 구조 자체가 남성 중심의 서사였다는 것을 밝히는 동시에 여성 영웅에게 맞는 새로운 서사 구조를 제안하는 책이다. 가족과 나라를 위해 외부의 적에 맞서 용감하게 나서는 것이 남성 영웅의 서사였다면 여성의 곤경은 여자로 태어나는 순간 가족 안에서 시작된다.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가족과 국가 그 자체이며 이런 조건에서 여성은 영웅이 될 수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여성의 생존을 위한 분투 자체를 영웅적 서사로 재배치한다. 바리데기는 여자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았으나 스스로를 구원하고 자신을 버린 부모를 살린 뒤 스스로 신이 되었다. 이 이야기만큼 신화라는 이름에 걸맞은 서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이처럼 생존을 위한 분투를 통해 자신, 나아가 타자와 세계를 구하는 여성 영웅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8.
“이 책의 저자들은 ‘번아웃’을 젠더 부정의의 문제라고 명확하게 규정한다. …… 베푸는 인간의 무급노동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존재하는 인간’들에게 번아웃은 너희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9.
인식의 지평을 완전히 다르게 열어주는 질문이 있다. 1851년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집회에서, 흑인 노예 출신이었던 소저너 트루스는 ‘신사의 에스코트를 받는 숙녀에게 왜 참정권이 필요한지’를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난 여자가 아닙니까?” 한 번도 숙녀로 취급받아본 적 없는 여자가 던진 통쾌한 한 방이었다. 1981년 벨 훅스는 자신의 첫 번째 책 제목으로 이 질문을 다시 가져와 페미니즘 내부의 백인 중심성에 불가역적인 균열을 냈다. 누가 여자를 진정으로 대표할 수 있는지 그 자격 여부가 심문의 대상으로 올라갈 때마다 이 질문은 페미니즘의 역사에서 하나의 좌표가 되어왔다. 생물학적 본질주의가 만들어낸 젠더이분법이 여전히 강고한 지금, 대문자 단수 여자의 세계에서 소문자 복수 여자들의 세계로 가고자 했던 벨 훅스의 이 역사적인 책을 함께 읽자.
10.
오드리 로드는 인종, 계급, 젠더에서 모두 비주류 쪽의 카드를 가지고 태어났다. 보통 이런 경우 가장 시급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그렇지 않다. 소수자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재규정하는 언어를 찾는 일은 생존의 바닥을 다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건 눈에 띄고 싶을 때는 보여지지 않다가 눈에 띄고 싶지 않을 때는 누구보다도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삶의 아이러니를 견뎌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다행스럽게도 오드리 로드는 스스로 ‘낙인찍힌 자’라고 부르는 것을 겁내지 않는 유별난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이들은 유색인종, 공산주의자, 다이크 등 그 시대의 가장 불온한 이름으로 불린 이들이었고 그에 걸맞는 삶을 기꺼이 살아갔다. 이렇게 살 수 있었던 뿌리에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세계에서 꼿꼿하게 자기 자신과 가족을 지켜낸 어머니의 존재가 있었다. 보고도 못 본 척하되 아무것도 잊지 않는 어머니의 방어술은 뿌리를 옮겨온 이들이 새로운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매일 조금씩 자신을 죽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소수자들은 적응할 수 없는 것을 적응하기 위해 애쓰면서 경험과 지식이 분리된 세계에 살아간다. 그것은 무지개가 되지만 종종 올가미인 ‘우리’를 만들어낸다. “침묵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지배자의 연장으로는 지배자의 집을 부술 수 없다.” 이 두 문장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오드리 로드의 불굴의 정신을 담고 있다. 《자미》는 그 정신의 뿌리를 알려준다. 이 책에는 저자에게 흔적을 남긴 아름답고 강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서 ‘우리’를 다시 짓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여자를 사랑하고 싶다면, 여자인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지금 당장.
11.
유리 작가와는 ‘페친’이다. 고인 물만 있다는 페이스북에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글을 읽었다. 친구에게만 공개된 글이었는데, 그때만큼 ‘페친’의 소중함을 느낀 적이 없다. 어느 날, 저자가 올린 글을 보고 ‘이 글을 공짜로 읽다니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나는 오직 온라인으로만 아는 페친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유리 님. 이거 책으로 내요. 아니면 소설로 써서 공모전에 내요. 나는 무려 공모전 소식을 모은 링크까지 보냈다. 내 생에 손에 꼽히는 오지랖이었다. 쉽게 희망적이지만 않지만 함부로 절망하지도 않는 유리의 이 비장하고도 웃긴 얘기를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읽고 싶었다.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12.
  • 미끄러지는 말들 - 사회언어학자가 펼쳐 보이는 낯선 한국어의 세계,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 백승주 (지은이)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 15,000원 → 13,500원 (10%할인), 마일리지 750
  • 9.2 (26) | 세일즈포인트 : 1,127
“사회란 사람들이 말을 섞는 순간 만들어진다”라는 이 책의 한 문장처럼, 사회언어학자 백승주는 사회라는 숲으로 들어가 우리가 만든 말들의 풍경을 보여 준다. 이 숲에는 차별과 혐오의 말들이 쌓여 있고 공갈빵 같은 구호들이 사태를 가리고 있다. 하지만 이게 우리 사회의 풍경 전부일까? 저자는 숨죽이고 있는 다른 말들을 찾아낸다. 각 지역의 방언, 외국인 노동자의 말, 통속어, 트라우마 생존자의 드문드문 끊어진 말. 이 말들은 묻혀 있었을지언정 사라지지 않았다. 그럴듯해 보이는 공허한 말은 서로에게 말 걸기 위해 기꺼이 엉켜들고 오염된 땀의 말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순수와 정상을 내세운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려면 서로 엉겨 붙고 물들어 섞이는 수밖에 없다.
13.
한국의 성문화가 유난히 일방적이고 폭력적이고 착취적인 이유는 저접촉(low-touch)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성애적이지 않으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안전한’ 접촉 문화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란 점은 미국인들도 미국을 저접촉 문화로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서로에게 지금보다 더 닿아 있고 싶은 것이 아닐까. 우리는 촉각이 주는 자기보호의 기능에 ‘위험을 안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은 없다.
14.
데버라 캐머런은 수많은 페미니즘 사상과 실천의 역사를 크고 넓은 틀에 담아 소개한다. 저자는 페미니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사람이라는 신념에 의거해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고자 하는 운동이자,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푸는 인식론이자, 방법론이다. 이 폭넓고도 정확한 정의와 다른 페미니즘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안티페미니스트들이 퍼트린 ‘허수아비’에 속은 것이다. 이 짧은 책은 페미니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지도이자 나침반이다. 저자는 페미니즘의 역사와 논쟁을 단순히 소개하는 게 아니라 자신 역시 기꺼이 논쟁에 뛰어들어 논의를 전개한다. 지금 왜 ‘젠더’가 다시 논쟁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되었는지, 왜 페미니즘은 사상이자 실천이 아니라 정체성이 되었는지 등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 역시 선명하다. 짧게 읽고 오래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얄팍한 인상비평에 기대어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과 싸우는 데 지친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1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2월 3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3,230 보러 가기
어째서 여성은 분노의 감정을 더 많이 느끼면서도, 제대로 화내는 것을 어려워할 뿐만 아니라 화를 낸 뒤 수치심까지 느끼는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남성은 분노를 힘과 연결한다면 여성은 무력함과 연결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분노한 스스로를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분노가 힘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상상해보았다. 그 상상만으로 마음의 크기가 달라졌다. 분노가 병이 아닌 빛이 될 수 있다면, 태양처럼 빛나는 화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16.
“지적 자극과 윤리적 반성, 읽는 재미를 모두 잡은 대단한 책” 아무도 잭 더 리퍼가 누군지 몰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잭 더 리퍼는 더 유명해졌다. … 희생자의 심정 따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왜 이렇게까지 잔인한 방식으로 희생자들이 완전히 잊혔을까. 이들이 ‘매춘부’라고 공표되었기 때문이다. … 이 책의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살인범의 이야기가 만들어 낸 불쾌한 매혹으로부터 독자를 구해 낸다. 지적 자극과 윤리적 반성, 그리고 읽는 재미를 모두 잡은 대단한 책이다.
1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2월 3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1,340 보러 가기
40대 또래 친구들을 페미니스트 전사로 만들었던 말은 ‘맘충’이었다. 특히 한때 운동권이었던 이들은 더욱 분노했다. 여성 혐오가 엄마에게로까지 확산되자 순식간에 판이 달라졌다. 최근 몇 년은 그야말로 혁명적 순간이었다. 하지만 혁명의 시간이 지나면 반혁명의 그림자도 찾아오는 법, 최근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이 점점 가속되는 중이다. 이제 그 친구들은 자녀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고 했다. “엄마 페미야?” 맘충이란 소리에는 분노했는데 “엄마 페미야?”라는 말에는 다리가 풀렸다는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석훈의 처방이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좌파란 모름지기 인기가 없어도 버티는 거 하나는 잘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지는 법이 없다. 웃으면서 끝까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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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지금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 중에는,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희생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그렇게 비극적인 세계에 가두고 있는 이들에게 저자가 건넨 말이 가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추천사를 쓴다. 상황이 나아질 거라 믿지 못하고 체념한 사람은 고통 없는 삶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더 이상 희생자 콤플렉스의 정체성에 매몰되지 말자. 희생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걸 믿자. 그래야 현실이 변한다. 이 책은 당신이 괜찮아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알려준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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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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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가치를 몸을 통해 규정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자기 자신의 몸을 통해 경험한 세계를 스스로의 언어로 표현하고 세계에 의미를 전달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책의 저자 에밀리 파인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 에밀리 파인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저자의 성취는 곧 우리 모두의 자산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몸에서 말이 쏟아질 것이다.
22.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읽는 내내 목소리를 내라는 격려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저자의 말과 대결하면서 논쟁하고 싶어서 가슴이 뛰었다. 이 책은 출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여성학 고전 중의 고전이다.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새로운 앎의 세계가 열리는 일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여성과 남성의 발달 과정의 차이를 성차별적인 진화심리학의 증거처럼 인용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길리건의 의도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해석이다. 이 책은 성차의 본질주의를 주장한다기보다는 남성만이 인류를 대표한다는 생각에 도전하고 남성의 경험을 상대화하며, 이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완전히 다른 해석체계를 제안한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자아에 대한 근대적 이상은 남성 중심적 허상일 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을 완전히 잘못 정의하고 있다. 우리는 문명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며, 분리가 아니라 연결이, 진공이 아니라 공명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외롭고 아프고 막막한 이 시대에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23.
한국 현대사와 페미니즘 핵심 쟁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쓰인 이 책은 한국의 역사와 현실을 잘 드러낸다는 점에서 어떤 사회학 책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의 구체성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문학적이다. 무엇보다 여성의 지위와 권리에 관해 끈질기게 붙잡아 주장·논증하며 방향을 제안한다. 페미니즘 입문서로 자신 있게 추천할 책이 생겼다.
24.
홍은전의 글이 좋은 이유는 그가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다. 홍은전은 차별과 억압을 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대신’ 전해주려고 쓰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만난 경이로운 존재와의 만남을 ‘자랑’하기 위해 글을 쓴다. 나는 홍은전의 글에 감탄했다가, 홍은전이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이런 글을 쓸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배가 아팠다가,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언제나 이런 글이었다고 생각했다가, 그러려면 지금과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격렬하게 계몽되고 싶지 않았지만, 홍은전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 것에 언제나 실패했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아아. 부럽다. 그리고 나는 위험에 빠져 있다.
25.
N번방의 관전자 중 누구도 자신들이 저지르는 일이 잘못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자신들이 안전할 거라 믿었다. 그 믿음을 깬 추적단 불꽃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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