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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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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우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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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알고 있는 것과 목격하는 것은 다르다. 막연한 과거로 증발한 시간은 사진 속에서 선명한 실재로, 몸을 갖춘 사건으로 돌아온다. 그런 시간들은 상상보다 낯설고 구체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다루는 근현대사의 시간은 우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수정의 밤과 히로시마 원자폭탄과 한국전쟁이, 톨스토이와 아인슈타인과 라이트 형제가 현재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책을 넘기다보면 묻게 된다. 이 모든 사람들은 어디에 갔단 말인가? 그리고 이내 알게 된다. 이들은 모두 여기에 있다. 역사로서, 지금까지도.
2.
저자에 따르면 이 시대는 사람들의 넘쳐나는 소식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 안에 갇혀 있느라 중요한 목소리들을 듣지 못하는 모순적인 시대다. 그렇다면 우리는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웅성거림 속에서 자기 자신과 제대로 마주보기. 나의 작은 세계에 갇히지 않고 다른 이들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듣기. 이 어려운 일을 하려면 생각의 안내자가 필요하다. 오르테가와 같은 철학자부터 <용쟁호투> 같은 영화까지, 저자가 바느질해 온 이야기들이 차근차근 안내할 것이다. 당신이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플랫폼과 OTT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3.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긴급하게 희망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절망과 스트레스, 포기와 냉소가 곰팡이처럼 마음 한편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으리라는, 삶에서 좋은 뭔가를 남길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촛불처럼 흔들리는 시절이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는 희망의 씨앗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배웠다. 냉소하는 대신 회의할 것, 삶의 모든 부분을 계산하며 숫자로 치환하는 대신 신뢰와 나눔으로 공동체를 쌓아올릴 것, 가십에 휘둘리는 대신 마음을 열고 같이 놀 것. 희망찬 회의론자는 자신의 삶과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 현상 유지나 심지어 현상 악화에 기여하는 냉소주의를 깨부술 수 있다. 그것이 의심스럽다면 이 책이 무려 300페이지가 넘는 근거를 제시할 것이다. 우리는,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다.
4.
이 책은 쇼펜하우어와 니체로부터 듣기 좋은 문장 몇 개를 추려 전달하는 책은 아니다. 나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을까? 사랑은 구원일까? 고통에는 의미가 있을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답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당신은 동의할 것인 가? 반대할 것인가? 반대한다면 어떤 근거로 반대할 것인가? 이처럼 이 책은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과 그에 대한 해석을 다 루는 책이므로, 철학적 텍스트에 대한 약간의 독해력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어떤 독자들은 서문에서부터 등장하는 ’의지‘나 ‘물物자체’와 같은 철학적 개념어를 낯설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개념어는 그 단어만으로도 풍부한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매끄럽게 읽지 못하거나 읽더라도 오해할 수 있지만, 그러한 단어를 검색하고 공부해가며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일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5.
당신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당신을, 당신의 친구를, 엘리자베스 핀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학생들을 휘어잡았던 우아하고 뛰어난 선생, 혹은 은근한 답변으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던 의뭉스러운 대화 상대, 혹은 자신의 사적인 부분을 쉬이 밝히지 않던, 혹은 사적인 삶이란 무엇이냐고 묻는 스토아 철학자. 혹은 그 이상. 엘리자베스 핀치의 삶을 되짚어 따라가는 제자에게, 그녀는 한 가지 흐름으로 정리된 매끄러운 서사에 도취될 것이냐고 묻고 있다. 이제 당신이 대답할 차례다. 당신이 읽은 엘리자베스 핀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당신은 분명히, ‘잘못 알게’ 될 것이다.
6.
『독서의 뇌과학』은 독서가 실질적으로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여, 독서가 여전히 대체될 수 없는 활동임을 보여준다. 집중력과 기억력부터 창조성,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독서가 어떤 방식으로 이 모든 과정에 도움을 주는지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7.
인간이 자신을 잊고 신을 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신앙을 갖지 않은 나에게 이 책은 신앙에 대한 지극히 성스러운 답변으로 읽힌다. 눈을 가리는 감정을 걷어 내고 홀로 존재할 것. 선(善)을 위해 자신을 내맡길 것. 삶의 고통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 겸손한 마음으로 완전한 주의를 기울일 것. 시몬 베유는 철학자이자 정치가로서 이 모든 결단을 스스로 고민하는 지성이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가운데 자신의 사상을 전개했기 때문일까. 집단적 경험을 경계하면서도 초월적인 신의 섭리에 따르고자 했던 베유의 치열한 고민과 경건한 마음이 느껴진다. 가장 인간다운 방식으로 가장 성스러운 삶을 살았던 한 인간, 수많은 ‘주의’(ism) 속에서 신을 소명으로 삼았던 한 인간의 기록을 읽는 동안 독자는 순수한 단독자로 돌아갈 것이다.
8.
가끔 세수를 하다 말고, 동그랗게 모은 두 손을 가만히 바라보곤 한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도 같고 모든 게 들어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서 무엇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이든 놓이도록 둘 수 있다. 때로는 책이 놓이고 때로는 얼굴이,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이 오고 가는 그 자리를 이 책은 가만히 바라본다. 무엇이 손바닥에 놓일지는 삶에 맡겨두고 다른 이의 손바닥에 무엇을 놓을지 생각하라고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언젠가 내가 사라질 세상에서도, 그 자리에는 여전히 물건들과 기억과 사랑이 오고갈 것이다. 나 역시 다른 이의 손을 소중히 스쳐 갈 따름이므로.
9.
그 모든 일이, 나무에게는 하나의 생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한 나무를 계속 바라보았다. 어린 나무가 몸을 뻗고, 가지를 늘리고, 더 큰 나무가 되어 마을의 상징이 되고, 가장 큰 그늘이 되었다가, 점차 황혼을 맞이하고, 멀리 뻗은 가지만을 남기고, 마침내는 그조차도 남기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는 동안 인간은 나타나고, 번성하고, 발전하여, 마침내 나무와 강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끝일까? 무엇이 시작될까? 나무는 작은 상수리로부터 다시 새로운 일생을 시작한다. 그의 또 다른 일생 동안 다시 한 번 무수한 것이 나타났다 스러질 것이다. 시간은 강처럼 흐르고, 생명은 나무처럼 반복되니, 나무와 강은 우리를 지나쳐 더 길고 먼 여정을 지나며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나무와 강 앞에서 우리의 삶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10.
『독서의 뇌과학』은 독서가 실질적으로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여, 독서가 여전히 대체될 수 없는 활동임을 보여준다. 집중력과 기억력부터 창조성,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독서가 어떤 방식으로 이 모든 과정에 도움을 주는지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11.
당신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당신을, 당신의 친구를, 엘리자베스 핀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학생들을 휘어잡았던 우아하고 뛰어난 선생, 혹은 은근한 답변으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던 의뭉스러운 대화 상대, 혹은 자신의 사적인 부분을 쉬이 밝히지 않던, 혹은 사적인 삶이란 무엇이냐고 묻는 스토아 철학자. 혹은 그 이상. 엘리자베스 핀치의 삶을 되짚어 따라가는 제자에게, 그녀는 한 가지 흐름으로 정리된 매끄러운 서사에 도취될 것이냐고 묻고 있다. 이제 당신이 대답할 차례다. 당신이 읽은 엘리자베스 핀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당신은 분명히, ‘잘못 알게’ 될 것이다.
12.
13.
“삶의 시간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 나의 선택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그 소용돌이를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느낄 때가 있었다. 아무도 접근할 수 없고 나조차도 건드릴 수 없는 블랙홀이 나 대신 길을 걸어다니고 사람과 대화를 하고 출근해 일을 했다. 하지만 서로의 블랙홀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삶의 시계는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자신과 그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세계 속에서. <소수의 고독>의 알리체와 마티아는 그렇게 소수(素數)처럼 자신과 서로의 시계를 돌려본다. 시도는 성공할까.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시도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14.
“18세기, 여성에 대한 억압을 비판하며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여성이 있다. 19세기, 과학 소설의 기원으로 호출되는 작품 《프랑켄슈타인》을 쓴 여성이 있다. 이 두 여성이 모녀 관계였다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그리고 전자의 여성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후자의 여성 메리 셸리를 낳고 불과 열흘 만에 죽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강렬한 정념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인간의 이성이 꽃피우는 시기에 태어나 세상을 관찰하고 글을 쓸 운명에 처했다. 그들은 전통적인 여성이 되기에는 너무 지성적이었고 사회의 한복판에 서기에는 안타깝게도 여성이었다. 어쩌면 서로를 의지할 수 있었을 기회 역시 죽음으로 사라졌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 운명을 헤쳐 나갈 수밖에 없었던 두 여성이 자신을 어떻게 형성해 나갔는지, 어떻게 그런 족적을 남길 수 있었는지 이 책은 매끄럽고도 강렬하게 보여준다.”
15.
이렇게 깔깔대며 읽은 철학 교양서는 처음이다. 웃기고, 진지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시작했다가 어느새 삶을 무겁게 돌아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16.
19세기와 20세기의 여성 작가들은 이중적인 위치에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누구고 세계가 어떤 곳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보편적인 작가의 일을 수행했던 동시에 여성이기에 보편의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우리가 공감할 만큼 가까운 동시에 다르게 비춰 볼 만큼 먼 이 작가들의 탁월한 성취를 읽으며 지금의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돌아본다.
17.
19세기와 20세기의 여성 작가들은 이중적인 위치에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누구고 세계가 어떤 곳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보편적인 작가의 일을 수행했던 동시에 여성이기에 보편의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우리가 공감할 만큼 가까운 동시에 다르게 비춰 볼 만큼 먼 이 작가들의 탁월한 성취를 읽으며 지금의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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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와 20세기의 여성 작가들은 이중적인 위치에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누구고 세계가 어떤 곳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보편적인 작가의 일을 수행했던 동시에 여성이기에 보편의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우리가 공감할 만큼 가까운 동시에 다르게 비춰 볼 만큼 먼 이 작가들의 탁월한 성취를 읽으며 지금의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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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와 20세기의 여성 작가들은 이중적인 위치에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누구고 세계가 어떤 곳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보편적인 작가의 일을 수행했던 동시에 여성이기에 보편의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우리가 공감할 만큼 가까운 동시에 다르게 비춰 볼 만큼 먼 이 작가들의 탁월한 성취를 읽으며 지금의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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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와 20세기의 여성 작가들은 이중적인 위치에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누구고 세계가 어떤 곳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보편적인 작가의 일을 수행했던 동시에 여성이기에 보편의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우리가 공감할 만큼 가까운 동시에 다르게 비춰 볼 만큼 먼 이 작가들의 탁월한 성취를 읽으며 지금의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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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3월 20일 출고 
유튜브 <겨울서점>,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아무튼, 피아노》의 작가 김겨울 추천 공감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중요하다는데, 공감 능력이 우리의 인간성을 보여준다는데, 공감이라는 말은 막연하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 공감일까? 공감은 무조건 좋은 방향으로만 작동할까? 장대익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감의 예시부터 공감이 지닌 의외의 면까지 속속들이 보여주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공감을 활용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공감이라는 개념을 명쾌하게 설명한 교과서 같은 책.
22.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자연은 냉혹한 거야. 우리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어.’ 그러나 우리가 자연의 섭리 자체를 망치고 있다면? 더 이상 동물을 고문하고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서 이제는 동물을 위한 자연의 섭리가 작동하도록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종종 우리가 자연의 섭리에 침범했다는 사실을, 섭리가 작동하기도 전에 그 모든 자연을 인간을 위해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동물들이 살아 있고 느끼고 생각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린다. 너스바움은 우리가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동물이 온당히 누릴 수 있었을 삶을 논하면서 동물을 위한 정의를 세울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철학적 이론 작업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정책에 어떠한 기반이 되어주는지도 함께 엿볼 수 있을 것이다.
23.
24.
나는 삶의 등대와도 같은 문장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서 얻었노라고 자주 고백해왔다. 『명상록』은 지겨운 어리석음과 욕심을 한없이 작게 만드는 철학자의 경전과도 같다. 세계도 우주도 너도 하나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고 너는 불확실한 감각들 안에서 살다 세상의 법칙에 따라 소멸해갈 테니, 그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공동체를 위해 성실과 염치와 정의와 진리를 좇다 담담히 죽으라. 『명상록』은 시간을 건너 살아남은 책이다. 이 사실은 『명상록』의 불멸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명상록』은 시간에 매인 책이다. 이 사실은 『명상록』의 한계를 보여준다. 시간 안에서 시간을 건넌 방법, 한계 안에서 불멸로 살아남은 방법을, 피에르 아도의 『명상록 수업』은 깊이 있게 탐구한다. 스토아철학을 설파하는 현대의 많은 책이 자기계발을 위한 해석으로 쏠려 있는 것을 생각할 때, 『명상록 수업』은 『명상록』이 어떻게 서로 다른 시대의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 될 것이다.
25.
김초엽의 눈부신 데뷔 이후로 줄곧 그의 두 번째 소설집을 기다려왔다. 그에게서 한결같은 모습을 기대한 것도 같고 새로운 시도를 기대한 것도 같다. 그리고 그의 충실한 독자로서, 《방금 떠나온 세계》는 그 두 가지 모두를 성취했다고 느낀다. 이 책은 꿋꿋하게 나아가는 인물을 중심으로 회상을 통해 현재를 소환하는 김초엽의 일관된 궤도 위에 있으면서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간접적으로만 그려졌던 사회문제를 한 발짝 끌어온다. 소설 속에서 ‘보통’과 다른 존재들, 그래서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은 ‘평범한’ 이들이 도달하지 못할 특별한 곳에 도달한다. 그것이 단순한 극복의 서사로 멈추지 않은 것은 김초엽의 세심한 관찰과 자신의 경험에 대한 깊은 사유 덕일 것이다. 다 읽고 돌아서면 그가 그린 세계가 자꾸 마음을 붙잡는다. 예감컨대 살면서 마주하는 사회의 단면들 속에서 이 소설은 불쑥 떠오를 것이다. 씁쓸한 현실과 과학적 상상과 단단한 마음을 김초엽의 방식으로 너끈히 꿰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 시대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 그의 글은 내 어설픈 마음의 영토를 넓혀주는 깃발이다. 앞으로도 그의 성실한 독자가 될 것이라는, 그리고 다른 많은 독자들이 그럴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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