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분투와 이별"
비장애인 저자 하은빈은 근육병을 가진 장애인 우와 연애를 했고, 우의 가족과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다 5년 만에 헤어졌다. 짐작하다시피 이 문장 뒤엔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온통 문턱 높은 세상, 멈춤 없이 진행되는 병의 결말에 대한 두려움, 둘로서 완벽한 듯하던 사랑, 자신과 서로를 단단히 믿는 동안에도 동시에 존재하는 불안... 하은빈은 그들이 지나온 시간이 남긴 혼란과 의문을 여전히 붙든 채로 그 시간을 돌아본다.
감정이 이끄는 글 특유의 속도감과 흡입력을 가진 책이지만 과도한 감정에의 휩쓸림을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저자의 글쓰기 근력이 무거운 중심을 지키고 있다. 어떤 책은 설명을 덧불일수록 멀어지고 말기에, 짐작과 예상을 멈추고 먼저 읽어보라는 말이 최선이다.
- 인문 MD 김경영 (202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