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자신의 벽에 깃든 모든 역사를 기억한다. 안에 살던 사람은 죽어도 집은 남는다. 오히려 죽음으로써 그 집의 일부로 영원히 귀속된다. 먼저 무너뜨리지 않는 한 집은 누군가의 삶을 담으며 존재한다.
소년은 한마디로, 불길했다. 무덤가를 배회하는 까마귀, 혹은 이미 죽은 몸에 악령이 깃들어 움직이는 인형 같았다. 가끔 수영장에 동동 떠 있을 때면 썩은 연못에 배를 드러내고 뜬 물고기 같기도 했다. 소년의 기행과 잔인함은 종종 도를 넘었고, 나는 신자도 아니면서 그가 악마에게 영혼을 바쳤다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안에 남은 건 이제 익숙한 고통과, 아직 벌어지지 않은 모든 장면과…… 때를 기다리는 마음뿐이야.
나에게 필요한 건 보살핌이 아니라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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