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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건져 올린 먹거리에서는 특유의 향취가 난다. 흔히 비린내라고 부르지만, 정체를 알기는 어렵다. 육지 동물인 인간과 생김새도 생태도 크게 다르기에, 맛은 알아도 유래는 알 수 없는 해산물이 한둘이 아니다. 물고기 박사 황선도는 전작 <멸치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에서 한국인의 밥상에 흔히 오르는 생선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었는데, 이번에는 넓고 깊은 바다에 한 발 다가가 놀라울 정도로 비릿한 이야기를 길어올린다.
우리나라 연어가 캄차가 반도를 지나 베링 해에서 살다가 알래스카 만까지 갔다 돌아온다는 이야기나 흔히 참치로 불리는 다랑어가 잠을 잘 때도 헤엄을 치며 10년이란 일생 동안 한 순간도 헤엄을 멈추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이들을 먹을 때 잠시 묵념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게다가 육지 중심 개발로 연안이 축소되고 남획과 기후 변화로 해산물의 생태가 크게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간 바다가 풍요롭게 전해준 해산물이 새삼 귀하게 보인다. 비록 해산물의 맛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해산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