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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갈등이 충돌로, 충돌이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바라는 이는 (아마도) 없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예상보다 높다. 패권 국가와 신흥 강국이 부딪히는 일은 세계사에서 끊이지 않고 벌어졌고, 지난 500년 동안 역사에 크게 기록된 사례만 꼽아보아도 열여섯 번 가운데 무려 열두 번이 전쟁으로 귀결되었다는 게 이 책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열일곱 번째 사례로 기록될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앞날은 어떻게 이어질까.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을 오래 지냈고, 여전히 미국에서 손꼽히는 국가 안보, 국방 정책 전문가로 활약하는 그레리엄 앨리슨은 오늘의 상황을 이해하고 내일을 전망하는 데에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수십 년 안에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아주 높다는 것, 그렇지만 전쟁이 필연은 아니라는 것이다. 필연처럼 보이는 운명을 피해가려면, 중국의 부상이 기존의 신흥 강국과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고, 미국이 과거 패권국으로 올라섰던 일을 되새겨야 할 텐데, 역시 전쟁은 너무 쉽고 관계 지속은 지난하다. 그렇지만 열세 번째 전쟁보다는 다섯 번째 평화가 당연한 선택일 터, 운명을 예측하기보다는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말이 이보다 적절할 때는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