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자유의 영역을 확장시킬 역작"
이 책의 저자 게일 루빈이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듯, 페미니즘 역시 여전히 낯설다. 올해 관련 주제가 사회 문제로 제기되며 한국사회 페미니즘 원년이란 표현까지 나왔으나, 역자의 표현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지금의 페미니즘은 100년 전 근대 초기의 나혜석과 같은 신여성들이 보여주었던 성적 비전과 관점에도 훨씬 미치지 못할 정도로 이미 퇴행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동성애 결혼이 합법화되는 등 여전히 어딘가에서 변화는 지속되고, 다른 어딘가에서도 변화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책은 급진적인 성 이론 실천가로 알려진 게일 루빈의 유일한 저작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발표한 열다섯 편의 논문은 각각 젠더와 섹슈얼리티 연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논란을 일으켰는데, 첫 번째 글 '여성 거래'가 1975년에 발표된 글이고, 책에 실린 최근의 글 '섹스, 젠더, 정치'가 2011년에 쓰였으니, 현대 성 담론의 주요한 지점을 일별하며 관련 주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살펴볼 수 있겠다. 변화의 과정을 추적하며 원인과 결과를 반추한다면, 더 큰 변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보다 빠르게, 보다 전면적으로 말이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201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