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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포드가 그랬던가.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아마 내가 여행에 가기 전 읽고 싶었던 책은 바로 이런 책이었던 것 같다. 그 나라의 작가가 쓴 소설도, 관광지를 매끄럽게 소개한 가이드북도 어떤 필요의 구석들을 채워주긴 했지만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은 아니었다. 이 책은 '바로 그것'으로 충만하다.
아일랜드의 길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박물관의 전시 앞에 서서 리베카 솔닛은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는 눈과 귀로 받아들인 인식을 머릿속의 여러 개념들에 충돌시키며 사유를 확장해간다. 아일랜드의 역사, 언어의 개념,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뻗어온다. 통찰이 깃든 문장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경쾌함보다는 묵직함이 주된 톤이지만, 이 책은 아일랜드 사진 한 장 없이도 당장 떠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솔닛이 보고 느낀 것들을 나는 얼만큼의 진폭으로 사유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다.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가고싶은 여행지 순위를 다들 마음 속에 매기고 있을 텐데, 이 책을 읽은 현재의 내게 1위는 아일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