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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구돌 작가의 본격 그림책 데뷔작이다. 동네 놀이터 평상에서 주무시던 할머니들에게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는 재주 많은 일곱 할머니의 떠들썩한 한낮 대소동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시간의 힘'을 개성 있는 이미지로 담아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어느 봄날, 놀이터 한쪽 구석 정자에서 할머니 일곱 명이 "드르렁 드르렁" 낮잠을 즐기고 있다. 고양이 그루가 나비를 쫓다 그네에서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할머니들은 어느새 자기 자랑을 시작한다. 젊었을 때 뜨개방을 하던 홍장미 할머니의 자랑에 나머지 할머니들은 콧방귀를 뀌어댄다. "벌써 잊기라도 한 게야? 그렇다면 당장 내 재주를 보여주지!" 이후 할머니들의 놀랄만한 재주가 차례대로 이어지는데, 갑자기 놀이터에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진다. 할머니들의 재주를 지켜보던 고양이 그루가 동물 학대범에게 잡혀간 것이다. 일곱 할머니는 각자의 장기를 살려 동물 학대범을 잡고 그루를 구한다. 이야기는 놀이터 구석에서 이 모든 소동을 지켜보던 할머니 고양이와 그루의 대화가 전하는 잔잔한 감동으로 끝을 맺는다.
이 책의 모든 이미지는 모양 자를 대고 반듯반듯하게 그렸다. 뻣뻣한 움직임을 의도하여 과장된 모습을 연출했는데, 평면화한 납작한 그림이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다. 할머니들의 재주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의성어와 의태어, 그리고 놀이터 곳곳에 동물 학대범을 숨겨놓는 등의 디테일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책의 앞표지에는 할머니들의 현재 모습이, 뒤표지에는 같은 동작을 한 젊은 날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작가는 "이 책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할머니들의 여정 가운데 어느 날의 한 페이지를 열어 잠깐 지켜본 이야기"라는 생각을 한 장의 이미지로 담아냈다고 말한다.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