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미시마야 시리즈 신작"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는 ‘흑백의 방’이라는 객실에 손님을 초대하여 조금 특이한 괴담 자리를 마련해 왔다. 한 번에 부르는 이야기꾼은 한 명뿐. 이를 마주하여 듣는 이도 한 명이고 이야기도 하나. 이야기꾼은 이야기하여 추억의 짐을 내려 놓고, 듣는 이는 받아 든 짐을 흑백의 방에만 넣어 두고 두 번 다시 입에 담지 않는다. 현재의 청자는 차남 도미지로. 도미지로의 사촌이자 최초의 청자였던 오치카는 시집을 가서 곧 산달을 맞이할 참이다. 오치카의 순산을 바라며 혹시나 모를 부정을 피하고자 괴담 자리도 쉬기로 한 가운데, 오치카와도 인연이 있었던 교넨보의 소개로 이야기꾼이 찾아온다. 이야기꾼은 곧 아이를 낳을 오치카에게 힘이 되어주겠다며 등에 메고 온 부동명왕 상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미미여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소설. 오싹하지만 따뜻한 네 가지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연대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아이를 갖지 못해 쫓겨난 여자. 자식을 잃은 죄를 뒤집어쓰고 이혼당한 여자. 심한 시집살이에 소처럼 부려 먹히다 도망친 여자.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죽어서도 들어갈 무덤조차 없는 여자들이 황폐해진 절 동천암에 모여드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작가는 출간 직후 인터뷰에서 에도 시대에 관해 공부할 때마다 부당한 사회 규범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 절감하였다고 밝혔다. 뒤이어서 그래도 현실에서는 일이 ‘이렇게’ 쉽게 진행되지 않지만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써 내려갔다고 말했다.
- 소설 MD 박동명 (2024.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