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과거를 식민지로 삼기 시작했다."
2030년대 미국, 해병대 출신 상이군인 오빠를 둔 플린은 장애 연금을 받는 오빠를 대신하여 어떤 게임의 베타테스트 일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게임 속 세상에서 드론을 조종하던 중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그저 ‘더럽게 무서운 게임의 베타테스트’ 정도로만 생각했으나, 다크넷에 그녀와 그녀의 가족 앞으로 살인 의뢰 광고가 올라오자 뭔가 이상하고 느끼는 플린. 플린의 고용주는 자신이 있는 곳은 미래이며, 그녀가 목격한 사건은 게임이 아닌 자신들의 세계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플린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미래인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중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된 된 것이다. 미래의 범인들은 목격자인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과거의 세계에서 살인 청부업자를 동원하고, 그녀는 두 시공간을 넘나들며 현재의 적과 미래의 적을 동시에 상대하는 혼란스러운 싸움을 이어 나간다.
첫 장편소설 <뉴로맨서>를 통해 전 세계 7,000만 부 판매, 세계 3대 SF 문학상 최초 석권을 달성하면서 일찍이 거장의 반열에 올랐던 윌리엄 깁슨이 탄생시킨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 SF. 저마다 고유한 연속성을 띤 시공간으로 존재하는 개별 우주인 ‘연속체’에 미래인이 접속하는 순간 그 과거 연속체는 미래인의 시간선과 단절된며, 이렇게 단절된 과거는 미래인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거리낌 없이 과거인들을 유린하고 착취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설정은 우리에게 강력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미래의 적들에 맞선 플린의 생존 싸움은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점차 현재 세계의 예정된 대재앙을 막기 위한 전쟁으로 발전하고, 강자와 약자의 전복으로 이어지는 서사는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 소설 MD 박동명 (2024.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