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출간되어 전국민의 필독 도서로 오랜 시간 자리매김했던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출간 3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표지로 독자들을 다시 만난다. 홍세화의 오랜 벗 유홍준의 추도문과 2023년 저자가 타계 전 마지막으로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더해 기존의 독자들에게도, 또 새로운 시대의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개정판이 되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한국 사회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 중 하나를 통과해 온 한 지식인의 타국에서의 체험기이자, 그 체험을 통해 비로소 자기 사회를 더 또렷이 바라보게 된 성찰의 기록이다. 홍세화는 단순히 프랑스에서 택시를 운전하며 생계를 이어간 것이 아니라, 그 일상의 깊은 층위에서 타인의 고통에 연대하는 감수성, 진정한 자유와 책임의 의미 등을 하나하나 체득해 나갔다. 그리고 그는 ‘똘레랑스’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한국 사회에 말했던 것이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하나의 회고가 아니라,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현재형의 텍스트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그런 지금, 이 책이 다시 우리 앞에 섰다. 그리고 선택은 언제나 우리의 몫이다.
- 에세이 MD 도란
이 책의 한 문장
그렇다. 세상을 혐오하기는 참으로 쉬운 일이다. 혐오하기보다는 분노하라. 분노하기보다는 연대하고 동참하라. 이 책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젊은 벗들과 계속 만나고 싶은 궁극적인 이유다. 설령 잘 보이지 않지만, 희망의 보금자리들이 곳곳에 있음을 안다.
누구나 머릿속에 수십 가지 계획을 품고 살아간다. 이직을 고민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며, 다이어트를 결심하거나 인간관계의 갈등을 해결하고 싶다는 바람도 품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면 해야 할 일들이 머리를 스치고, 그 중 어느 하나라도 해보려다 막연한 두려움에 멈춰 선다. '이걸 해봤자 무슨 소용일까', '시작은 어떻게 해야 하지', '실패하면 또 상처만 남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고, 잠자리에 들며 다시 다짐한다. "내일부터는 진짜로 해야지." 그리고 그 내일은 다시 오늘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말은 거창한데 실행은 늘 미루어진다. 왜일까? 인간의 뇌는 위험을 피하고 안전을 유지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으며, 낯선 도전 앞에서는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 불안은 행동보다 고민을 선택하게 만들고, 고민은 또 다른 고민을 낳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사람은 생각만 많고 실행은 하지 못하는, 말뿐인 삶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허비하면서도 피곤한 이유는, 육체가 아닌 '결정하지 못하는 정신'이 지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당신을 제자리로 묶어두는 '불안의 메커니즘'을 해부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실행법을 제시한다. 핵심은 뇌가 행동을 자동으로 수행하게 만드는 '행동 자동화 패턴'에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침대를 정리하고, 출근 전에 짧은 산책을 하며, 하루 목표를 종이에 적는 사소한 습관들이 쌓여 의지를 뛰어넘는 실행력을 만들어낸다. 이 반복되는 마이크로 액션이 뇌의 구조를 바꾸며, 불안을 줄이고 행동을 지속하게 하는 '실천의 루틴'이 된다. 특히 저자는 행동을 지속시키기 위한 도파민 보상 전략까지 함께 소개하며, 누구나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다면, 이제는 몸이 먼저 움직이게 훈련할 차례다." 이 책은 더 이상 생각만 하는 사람이 아닌, 매일의 작은 행동으로 인생을 바꾸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그냥 몸을 움직이는 게 답이라는 걸 오늘에서야 조금 알겠다. 나를 지키는 방법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 자기계발 MD 김진해
5년 전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각막을 이식받은 배유리. 누군가는 각막을 이식받은게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고 하지만 유리는 그 말에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사고 현장을 빠져나갔던 동생은 식물인간이 되었고 엄마와 아빠는 따로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생의 돌봄을 전담하는 아빠는 유리에게 동생을 위해서라도 의대에 진학하라 한다. 돌연 유리는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이 누구의 희생인지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을 해결하지 않으면 평생 '죽다 살아난 년' '운 좋게 이식받은 수혜자' 꼬리표만 달고 살 것 같다. 기증자의 지인인 시온이를 만나게 되며 비로소 5년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소설의 장점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삶과 비슷한 구석을 발견하게 되면 소설이란 창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도 있다.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읽기를 선사한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스파클>은 본인의 의지를 잃어버린 배유리의 심리묘사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예전과 현격하게 달라진 부모님에 대한 슬픔, 식물인간이 된 동생에 대한 죄책감, 사고 현장에 자신을 버려둔 할머니에 대한 증오 속에서 유리의 감정은 똑바로 설 수 없다.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는 건 오직 자신뿐이다. 그 확신을 얻기까지 최선을 다해 도망쳐도 된다는, 찬란한 위로 편지 같은 소설이 당신을 기다린다.
- 청소년 MD 임이지
책 속에서
사람들은 흔들리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 하지만 중심을 잡으려면 흔들림은 필연적이래. p.161
도쿄에서 오컬트 잡지와 괴담 잡지에 기고하거나, 가끔은 라디오나 지방 방송의 괴담 프로그램의 구성을 맡기도 하는 작가 세스지(필명)는 어느 날 인터넷에 일련의 글을 게시하기 시작한다. “제 친구가 소식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이 일과 관련해 정보를 구하고 있습니다.”라는 호소를 시작으로, 일본 긴키 지방의 어떤 불명의 장소와 연관된 것으로 짐작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이 인터뷰 녹취, 잡지 기사, 독자의 제보 편지, 인터넷 게시판의 타래 모음 등 다양한 형태로 나열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이 괴담들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오컬트 잡지 편집자이자 현재 실종 중인 오자와의 이야기까지. 8세 소녀 실종 사건, 중학교 수련회 도중 일어난 집단 히스테리 사건, 뉴타운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들에게 유행하는 기묘한 놀이, 심령 스폿 방문 콘텐츠를 촬영하던 스트리머에게 벌어진 기묘한 일 등 전혀 무관해 보이는 기묘한 사건들은 모두 ‘그곳’과 관계가 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이 이야기를 읽는가.
작가는 2023년 1월부터 일본의 소설 창작 사이트 ‘가쿠요무’에 긴키 지방의 어느 지역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괴담을 한 편씩 올리기 시작했다. 4월까지 석 달간 이어진 연재물은 SNS를 중심으로 크게 화제가 되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단행본으로 출간되기에 이른다. 허구를 사실처럼 전달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을 영리하게 활용하였는데, 이는 시종일관 섬뜩하면서도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소설 속 이야기를 마치 사실처럼 체험하게 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지금까지 이야기에 몰입하여 좇아 오던 독자들은 앞서 읽었던 괴담들과는 전혀 다른 질감의 공포와 맞닥뜨리게 된다. 너무 깊게 들어온 것은 아닐까 하는….
- 소설 MD 박동명